리얼터 도나의 커뮤니티 탐방, 홈 리노베이션 그 경이로움과 만나다(3)
웰컴투 시리즈(65) 태양과 만나는 곳, Roof
무언가를 열렬히 원할 때 우리는 가끔 눈 뜬 장님이 되고 만다. 스테이징 짐을 가득 넣을
아주 큰 가라지를 가지고 싶다는 열망과 어차피 수리하는 거 다 고쳐야 할 집을 사면
어떨까 라는 객기로 인해 사게 된 나의 드림 홈은 삼 개월이라는 긴 시간 동안 인테리어는
물론이고 드라이월 교체를 비롯해 단열재에 창문까지 블랙홀처럼 돈을 흡수하더니만
결국 아직 수명이 한참이나 남은 것처럼 보였던 지붕도 문제를 일으키고 말았다.
컨트렉터 분이 말씀하셨다. 도나씨 어떡하지, 지붕도 해야겠는데? 이제 7년밖에 안 된
지붕의 벤트 부분 마감이 신통치 않아 누수의 위험이 있고 앞쪽은 멀쩡한데 뒷쪽에
부분적으로 햇빛 때문에 데미지가 생겼단다. 일부만 수리해도 되지만 어차피 돈이
드는데 아예 다 하고 잊어버리지 그래?
지금으로부터 이삼십 년 전이었던가? 유럽 여행을 위해 프랑크푸르트 공항으로
내려오는 비행기 안에서 바라본 빨간색 지붕으로 둘러싸인 주택 단지를 보았던 기억이
난다. 한국에서 고층 아파트 건물 집들만 보다가 초록색 나무가 심겨진 마을 속에 총총이
박혀 있던 빨간 지붕들이 얼마나 이뻐 보였던지.. 곰돌이 푸우의 마을, 눈 덮인 위니펙의
하얀 지붕들과 함께 인상적인 추억으로 남아 있다. 그러나 위니펙에 사는 사람들이
그토록 예쁘고 폭신거리는 눈을 향해 falling garbage라는 별명을 붙였듯이 뭐든 멀리서
보는 것은 아름답지만 가까이서 마주하는 삶은 고난이며 도전이 된다. 아름다운 드림
홈을 꿈꾸었던 나는 서핏을 찢고 지붕으로 침입한 라쿤을 쫒아낸 뒤 천장 가득
인슐레이션을 넣었고 이제는 지붕도 수리해야 한다.
캐나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지붕은 5가지 요소로 이루어져 있다. 지붕널 (지붕이
고정되는 판), 베리어 (습기 및 공기 조절), 인슐레이션 (항온 유지 보조/열손실 방지),
멤브레인 (방수 재료), 그리고 어떤 물건으로 고정시키는가에 따라 독특한 지붕을
자아낸다. 캐나다의 주류 단독주택들은 많은 부분이 나무로 이루어져 있어 습기에
취약한데, 현대의 지붕은 이 단점을 보안하기 위한 노력의 산물이다.
지붕의 평균 수명은 지붕의 재질과 겪을 환경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다. 노출되는
바람, 직사광선, 눈, 비, 야생동물 등의 여러 환경적 요인들이 지붕 수명을 깎아 먹는 것에
일조하기 때문이다. 캐나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스팔트 지붕 기준으로, 이러한 외부
요인들이 미미하다면 최소 20년 이상은 수리하지 않아도 되지만 예상치 못한 일이
일어남에 따라 더 일찍 수리해야 할 수도 있다. 작은 문제라도 방치하면 최악의 경우,
지붕 전체를 들어내야 할 수도 있다. 천장에서 물이 샐 때 바로 위의 구간 뿐 아니라 다른
곳에서 샌 물이 타고 내려와 떨어지고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붕을 깔 때 underlayment에 플라스틱 페이퍼를 깔지만 꼼꼼한 작업자들은 지붕의 경사
아래 부분에 아이스 워터 프로텍트를 추가하기도 한다.
지붕 재료에 따라서도 작업 방식과 가격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돈을 아낄 것이냐 말
것이냐 선택의 기로에서 갈등하게도 된다. 결과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할 것이다.
어차피 재료비 좀더 주고 좋은 걸로 하자. 그러나 나의 드림 홈의 경우처럼 수십 가지
수백 가지를 다 해야 하는 입장에서 보면 하나하나 비용이 추가되는 것은 정말
부담스러운 일이다. 천 불씩만 추가되도 만 불 이만 불이 금세 늘어난다. 그래서 빌더들이
몇십 불짜리 재료라도 제일 싼 걸 쓰나 보다. 한두 개가 아니고 수벡 수천 유닛이므로
작은 단가 차이가 큰 비용으로 연결이 되니..
어쨌든 결국 살아간다는 것은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사는 어느 영화와
같은 아름다움이라도 가까이서 보면 삶의 치열함도 같이 가지고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나름의 고통과 인내로 오늘도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묵묵히 살아내는 이땅의
모든 사람들 그리고 나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